비움과 정리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을 처음 접했던 건 약 6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짐으로 점점 집이 꽉 차게 되면서 집안에 있으면 숨 막힘을 느꼈고 아이들 두 명과 남편, 그리고 그 쌓여있는 물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짜증이 자꾸만 늘어갔다.
내가 이 집에 사는 것이 아닌 물건들이 이집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간절하게 정리가 하고 싶어 졌고, 인터넷을 통해서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름 공부하며 정리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그리고 3년전쯤에는 여성회관에서 강의하는 정리수납과정 수업을 들으며 좀 더 체계적인 정리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 뒤로도 생각처럼 정리가 맘에 쏙들게 잘 되온건 아니지만, 수시로 정리를 하며 비울 것을 비우며 나름 미니멀하게 살고 싶어 노력을 해왔었다.
요즘 인터넷을 검색하며 나오는 미니멀라이프를 한다는 사람들의 집을 보면 새하얗고 텅 빈 집에 텅 빈 냉장고, 일관된 모양을 가지고 있는 그릇들과 친환경제품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나도 저렇게 텅 비워야만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것일까? 내 냉장고는 저렇지 않은데 나는 아직 멀었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이다.
무엇이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일까?
우리 집에서 할일을 다 했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아낌없이 비우는 것, 내게 소중한것을 아끼며 잘 사용하는 것, 남들의 소비를 부러워 하지 않는 것, 새로운 소비를 충동적으로 하지 않는 것, 그게 미니멀이 아닐까?
아직도 우리집 거실엔 아이들 책이 많이 있고, 소파도 있고, 냉장고엔 이런저런 식재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미니멀하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거실에서의 시간들도 너무 소중하고 가족들을 위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에 냉장고 안 식재료들도 나에겐 너무 소중하다.
다만, 필요가 없어진 물건들을 비우는데 지체하지 않고 또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에는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생각한다.
TV 속 인터넷 속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사람들의 텅 빈 집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지금 삶이 거창할 것 없는 나의 미니멀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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